보노보노 스페셜님 덕분에 오디오 관련 사용기가 흥한 것 같아.. 저도 하나 올려 봅니다.
기성품 구입 사용기는 아니고, 자작 스피커에 관련된 얘기입니다. 해당 스피커에 대한 제작기는 클량에 올린 적이 있습니다.
https://www.clien.net/service/board/use/16150995
CLIEN
물론 이 사용기 이후에 여러가지 업데이트 및 개선이 있어서 지금은 그 소리 특성이 아주 달라졌고 그 작업 과정도 종종 이곳에 올렸습니다.
이번에 한 작업은 네트워크에 사용된 한 부품을 교체한 것인데요. 트위터에 직렬로 연결되는 문도르프 슈프림(클래식)을 Jantzen (이거 도대체 뭘로 읽어야 발음이 정확한지.. 번역기 돌려보면 ‘얀츤’처럼 발음하던데 덴마크어 Jantzen의 정확한 표기법을 모르겠네요) 의 알루멘 Z 캡으로 변경했는데요.
참고로 일반적인 패시브 스피커 내부에는 각 유닛별로 적당한 주파수를 분배해 주는 크로스오버 네트워크 회로가 들어갑니다. 고음을 재생하는 트위터에는 고역만 통과시키는 HPF가 들어가고, 제 경우 3차로 설계했기 때문에 커패시터(직렬) – 코일(병렬) – 커패시터(직렬)이 연결되어 있는데, 이때 첫번째 들어가는 직렬 커패시터를 변경한 것입니다.
사실 이름없는 중국산 캡이나 국산 캡도 써보고 했는데 가격부터 실제 소리, 심리적(ㅎ_ㅎ;;)인 부분까지 모든 면에서 두루두루 무난한 건 문도르프 캡이었습니다. 다만 이 기준에 맞는 것은 예전의 MCap Evo 까지로, 슈프림 이상이나 요즘 신형(검정색 마감되는 제품) 이상은 가격이 너무 비싸져서 아주 소용량이거나 덧방용 정도 아니면 손이 가지 않았고요. 병렬로 붙는 대용량 캡은 문도르프 전해 캡도 쓰곤 합니다.
언젠가부터는 Jantzen의 저가형(크로스캡)부터 슈페리어 캡도 써보고 있는데 약간 음색 특성이 다른 거 같긴 하지만 사실 소자값을 변경하는 것에 비하면 변화폭이 훨씬 작긴 합니다. 개인적으로 귀가 예민한 편도 아니고요.
다만 자작을 하다 보니 실제 소리와는 별개로 가끔씩 바꿈질 병이 도져서 별 불만 없이 잘 쓰던 부품도 바꾸곤 하는데요. 이번에 바꾼 알루멘Z도 그런 케이스에 해당됩니다. ㅎㅎ
트위터에 직렬로 붙는 캡이라 용량은 3.3uF으로 작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작은 용량에도 불구하고 그 크기와 가격은 싸지 않은데, 원래 사용하던 슈프림 클래식보다도 신품가격 비교시 더 비쌉니다. 이렇게 비싼 커패시터는 대개 중고로 구입하곤 하는데 Jantzen의 캡은 문도르프처럼 흔하지 않아서 알맞은 용량의 중고 구하기가 쉽지 않아 신품으로 구매했습니다. 개당 8만6천원으로 한쌍에 17만원이 조금 넘네요. 새것이라 모처럼 깔끔한 게 기분은 좋지만 제 지갑이.. ㅠㅜ 가격만큼 크기도 만만치 않은데요. 라이터와 비교해 보면 대충 짐작이 가실 겁니다. 10cm 가 약간 넘습니다.
교체 대상은 위 사진에서 우측 하단의 것으로, 슈프림 클래식 3.3uF에 실버골드 0.1uF이 덧방되어 있습니다. Jantzen 것보다 지름은 더 크지만 길이는 더 짧습니다. 슈프림 이상 급은 모두 중고로 구매한 것들이라 표면이 상당히 지저분하지만 성능엔 문제가 없습니다. 하드와이어링 배선 역시 상당히 지저분한데.. 처음엔 각잡고 예쁘게 만들었지만 워낙 교체나 수정을 많이 하니 의미 없더군요. 언제부터인가 지저분해도 신경 안쓰고 대충 와이어링 하고 있습니다.
아래는 교체한 후의 모습인데 좌측의 22uF짜리와 비교하면 아주 슬림하지만 길이는 별 차이가 없습니다. 덧방했던 문도르프 실버골드는 일단 제거했고요.
부품을 바꿨어도 용량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사실 주파수 응답이나 측정값은 오차 범위 내에서 변화가 없습니다. 실제로도 듣자마자 확 바뀌었네! 하고 느낄 만큼 변화가 크지 않습니다. 트위터의 HPF가 3차라서 직렬 캡이 문도르프와 Jantzen의 것이 섞인 상태라서 특성이 잘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고요. 애초에 이런 식의 부품 교체는 용량 변경에 비해 차이가 더 적은 편이기도 합니다. 오디오 자작하면서 납땜만 조금 할 줄 알게 되면 제일 많이 하는게 같은 용량의 고급품으로 교체하는 것이고 이번에 한 것도 이 범주에 속합니다만 개인적으론 제일 가성비 떨어지는 작업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기성품의 교체는 더욱 그러한데, 물론 가격 때문에 저가품을 쓴 경우는 고급품으로 바꿔서 나아지기도 하지만 밸런스나 최적화 측면에서는 원래 장착된 저가 제품이 더 나은 경우도 많았고요. 다만 작업 난이도나 심리적인 면(ㅎ_ㅎ;;)에서는 꽤 효과가 좋은 편입니다.
암튼 이런 배경 속에서 교체된 신품 캡을 보고 (심리적으로만) 흐뭇해 하며 소리 차이가 나는지 며칠 진득히 들어봤는데요.
제품 설명을 보면 실버골드 등에서 보이는 광채나 밝음이 다소 덜하고 대신 살짝 어두워지면서 차분해진다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뭐 측정해 봐서는 주파수 응답이나 임펄스, 디스토션, 임피던스 등등 전혀 차이가 나지 않고요. 동일 용량에 등급도 사실 비슷한 제품들인데 이런 측정치가 차이가 크게 난다면 오히려 이상할 거 같습니다.
다만 막연하게나마 음의 두께감이 더 있는 거 같다.. 라는 느낌적 느낌(^^)이 드는데요. 워낙 주관적인 거라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데, 그림으로 비유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이해가 되실런지 모르겠는데, 문도르프 쪽이 좀 더 예리하고 가늘다는 느낌이 있는 반면, 알루멘 Z 캡은 고역의 끝단까지도 두께감을 유지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끝이 뭉특하거나 롤오프되는 느낌이 있는 건 아니고 그림처럼 뾰족한 느낌이라 해상도가 떨어지거나 섬세하지 못하다는 느낌은 없습니다. 제품 설명에 있는 차분하고 어둡다는 표현이 이런 의미로 쓴 것인지 모르겠네요.
사실 스캔스픽의 6640 베릴륨 트위터는 고역이 날카롭고 예리한 느낌이 아니라 이런 특성이 득이 될 지 잘 판단해야겠지만, 고역이 예리하거나 신경질적인 느낌의 트위터에서는 그 예리함을 살리면서도 적당히 두께감을 줄 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한 두달 시간이 지나고 번인이 되면 또 다른 변화가 있을런지, 찬찬히 들어볼 생각입니다.
유튜브를 통한 오디오 동영상 녹음만큼 무의미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엄정한 평가가 아닌 그냥 재미삼아 듣는 용도로는 가능하겠죠. 국내에 CF나 배경음악 등으로 널리 알려진 Karl Jenkins의 Palladio 연주 녹음 동영상 하나 올려봅니다.
출처 :https://www.clien.net/service/board/use/18536701?od=T31&po=0&category=0&groupCd=#comment-po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