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 사용기

홍콩 ELS 사용기



안녕하세요? 최근 절세 계좌 3총사(개인연금, IRP, ISA)에 대해서 소개해왔던 사람입니다.

오늘은 잠시 기존 시리즈를 멈추고 부끄러운 고백을 하나 하고자 합니다.

나중에 쓰는 글들에서 자세히 말씀드릴 기회가 있겠지만 저는 존 보글의 추종자로서 그가 만든 인덱스 펀드 투자자입니다. 아시는 분도 있겠지만 존 보글의 추종자(보글헤드)라는 말의 의미는 비가 오든 눈이 오든, 강세장이 오든 폭락장이 오든 시장 전체를 대표하는 지수에만 투자를 하는 것을 추구하는 것을 뜻합니다. 그런데 저는 약 2년 전쯤에 약간의 외도를 하고 말았고,

그의 말인 STAY THE COURSE(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인덱스 펀드 매수 후 보유, 요즘 말로 무지성 매수 후 보유)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요즘 들어서 절실히 깨닫고 있습니다.

제가 위에서 약 2년 전쯤에 외도를 했다는 것은 ELS 상품에 가입을 한 것을 의미합니다. 경제에 큰 관심이 없으신 분들도 뉴스를 통해 홍콩 ELS 사건에 들어본 적이 있으실 겁니다. 간단하게 말씀드리자면 홍콩 H지수를 포함한 ELS 상품이 원금 손실 구간에 들어간 채 만기를 맞이하여 많은 투자자들이 손실의 위기를 겪게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투자를 하면 당연히 손실이 따라올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 네 맞습니다. 지금 홍콩 ELS 사태의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은 ELS 가입자들의 손실을 판매한 금융사가 배상을 해 줘야하는가, 해 준다면 얼마까지 해 주어야 하는가인데, 얼핏 듣기에는 되게 이상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이익이 날 때는 가만히 있다가, 손해가 날 때는 배상을 해달라는, 자본주의 사회의 투자 논리에 전혀 어긋난 주장을 하기 때문입니다. ELS 가입자들의 논리는 불완전판매를 당했다, 한 마디로 ‘속았다’는 것인데 이 글에서는 이 점에 대해서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주장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제 경험을 통해 ELS 상품에 대해서 조금 더 이해를 하시고, 앞으로 금융 상품에 가입할 때 공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잘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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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제 ELS 상품 가입 상황입니다.

2022년 3월 31일에 가입한 상품으로 ELS 상품의 만기일은 3년이므로 2025년 3월 31일까지 특정 조건을 지키면 투자금 2,700만 원에 대한 연 9.4%의 수익률을 보장합니다. 특정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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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S 상품은 크게 지수형과 종목형이 있는데 저는 EuroStoxx50 지수, HSCEI(홍콩H)지수,KOSPI200 지수가 포함된 지수형 ELS상품에 가입했습니다. 이 상품에 홍콩H지수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저도 홍콩 ELS 가입자입니다. 다만 제가 가입한 시점은 홍콩 H지수가 이미 많이 떨어진 시점이어서 낙인 구간에 아직 진입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가입한 상품의 낙인 비율인 47%인데 각 지수의 최초 기준 가격의 47% 밑으로만 떨어지지 않은 채 만기를 맞이하면 약정했던 수익을 얻게 됩니다.

여기서 약간 더 설명이 필요한 것이 있는데, 조기 상환 조건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제가 가입한 상품의 조기상환 조건은

90(6개월)-90(12개월)-90(18개월)-85(24개월)-85(30개월)-75(36개월)인데 6개월마다 평가를 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이 상품에 가입이 되어 있다는 것은 지난 3회차 동안(1년 6개월) 조기 상환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니까 이 상품을 가입한 후 6개월 지난 시점에서 세 개의 지수 중 어떤 하나의 지수가 90% 미만이었기 때문에 조기 상환받지 못했고 12개월 후, 18개월 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홍콩 H지수 때문)

만약 지수가 24개월차인 24년 3월 31일에도 지금처럼 유지된다면 저는 조기상환받을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바로 홍콩H지수가 74.5%로 24개월 상환 조건인 85 미만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저는 망한 건가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이 상품의 쿠폰 지급율인 9.4%는 전혀 나쁜 수준이 아니기 때문애 오히려 만기까지 가는 것이 더욱 좋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 홍콩H지수가 2,100포인트 정도 더 떨어져 최초 가격의 47% 이하인 낙인 구간에 진입하지 않는다면요.

여기까지 찬찬히 읽으셨다면 여러분은 ELS상품의 정체가 무엇인지 어렴풋이 눈치채셨을 겁니다.

ELS 상품에 가입하고 난 뒤 네 가지 상황이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 설명을 위해 간략하게 홍콩H지수만으로 구성된 1년 만기짜리 ELS 상품에 1억을 투자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이 상품의 수익률은 10%이고 낙인은 50입니다.

1) 1년 뒤 홍콩 H 지수가 20% 오른다.

좋은 상황인가요? 그렇지 않겠죠? 만약 1억을 홍콩 H지수 인덱스 상품에 투자했다면 2천 만원 수익입니다.(환율 변동 제외, 배당금 제외, 세금 제외) 그런데 이 상품을 통해 저는 얼마의 이익을 얻었죠? 네 맞습니다. 1억의 10%인 천 만원입니다.

2) 1년 뒤 지수가 그대로이다.

좋은 상황인가요? 네 맞습니다. 만약 1억을 홍콩 H지수 인덱스 상품에 투자했다면 0원 수익입니다. 그런데 이 상품을 통해 저는 천 만원의 이익을 얻었습니다.

3) 1년 뒤 지수가 60%이다.

좋은 상황인가요? 네 엄청 좋은 상황입니다. 만약 1억을 홍콩 H지수 인덱스 상품에 투자했다면 40%인 4천 만원 손실입니다. 그런데 이 상품을 통해 저는 천 만원의 이익을 얻었습니다. 그럼 2)에 비해 똑같은 상황인데, 왜 2)에 비해 엄청 좋다고 했을까요? 바로 만기가 되지마자 저렴해진 40% 저렴해진 홍콩 H지수 인덱스 상품에 투자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4) 1년 뒤 지수가 40%이다.

좋은 상황인가요? 그렇지 않습니다.뉴스에서 나오는 잠 못자는 ELS의 투자자의 경우가 바로 여기에 해당됩니다. 이 상황에서 투자자는 60%의 손실인 6천 만원 손실을 보게 되었습니다. 만약 저같이 홍콩 H지수가 장기적으로 회복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면 남은 금액으로 홍콩H지수 상품에 바로 투자하겠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혹은 은행 직원의 권유로 투자한 사람이라면 홍콩의 ㅎ자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키겠죠. 비극은 바로 여기에서 탄생합니다.

이제 결론을 말씀드리면 ELS 상품 그 자체는 악마가 아닙니다. 적절하게 이용할 줄 알면 은행 이자보다는 확실히 괜찮은 수익률을 보장하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앞으로 ELS 상품에 투자하지 않을 겁니다. 손실을 볼까봐 무서워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저는 1년 뒤에

2,700만 원의 9.4%의 3년치 수익률인 761만(세후 650만 원)의 수익을 올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2,700만 원을 투자한 것치고는 결코 나쁜 수익이 아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의 사례처럼 ELS는

주식이 앞으로 오른다(롱)보다 주식이 앞으로 떨어진다(숏)에 베팅을 해야 이익을 보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주식은 떨어지는 때보다, 오르는 때가 더 많다라는 것을 알고 있는 저에게, 그래서 인덱스 펀드에 롱 베팅하는 저에게 맞지 않는 전략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은 ELS 투자자들을 비판하거나 투자하지 않기를 권유하는 글이 아닙니다. 다만 ELS 투자를 할 때는 구성 종목 중 하나가 크게 하락하여 낙인 구간에 들어간 채 만기를 맞아도 내가 그 종목이나 지수에 다시 베팅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합니다. 제가 이번 홍콩 ELS 사태를 보면서 슬픈 것은 투자자 중 얼마나 홍콩 H지수에 그만한 믿음이 있었을까 하는 점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절세 계좌 시리즈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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