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해서 삼국지 번역에 도전해 봤습니다. 찾아보니 나관중의 삼국지연의 원문과 영문번역본이 있었습니다. 원문이 한자로 되어있다보니 우리말로 옮기는 과정이 쉽지는 않더라구요. 우선 영문판을 바탕으로 번역하되 원문과 비교하면서 인물명과 지명 등을 수정했습니다. deepl이나 chatGPT가 어느정도 도움을 줍니다만 고전이다보니 아무래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오히려 네이버 한자사전에서 원문을 넣으면 각 한자의 뜻풀이가 나오니 의미파악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1. 원문과 영문판 모두 주인공 이름을 유비라고 쓰기보단 현덕이라고 표기합니다.
2. 원문에는 주요 사건이 발생하면 ‘후대에 이 사건을 두고 어떤 시인이 이런 시를 남겼다’ 하면서 갑자기 시가 삽입되는데 저는 귀찮아서 생략했습니다.
3. 제가 번역한 부분은 영문판 기준 1800단어 입니다. 전문은 54만 단어니 대략 3%정도 됩니다.
참고)
삼국지연의 원문
https://www.gutenberg.org/cache/epub/23950/pg23950-images.html
영문 번역판
https://archive.org/details/The3Kingdoms
유주 자사 유언이 모병 공고를 냈을 때 현덕은 스물여덟 살이었다. 공문을 읽은 현덕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웬 한숨을 그리 내쉬오?”
그의 뒤에서 누군가 퉁명스럽게 물었다.
“진정한 신하라면 위급한 순간에 황제를 모셔야 하는 법.”
현덕이 고개를 돌리자 키가 팔척이나 되고, 표범처럼 뭉툭한 머리, 크고 동그란 눈, 제비처럼 단단한 턱, 호랑이의 수염, 우레와 같은 목소리에 질주하는 말과 같은 기세를 한 남자를 마주했다. 현덕은 그런 그의 모습에 조금은 겁이 나면서도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현덕이 그에게 이름을 묻자 그가 답했다.
“성은 장(張)이고, 이름은 비(飛), 자는 익덕이오. 우리는 대대로 이 현에서 농사를 짓고, 술을 팔고, 돼지를 도살하며 살아왔소. 나는 대담한 기상을 가진 남자와 친구가 되고자 하는데, 당신이 한숨을 쉬며 공고문을 보고 있는 것을 보고 말을 걸었다오.”
“사실 저는 황실과 친척 관계에 있는 사람입니다. 제 성은 유씨이고 이름은 비입니다. 나라 곳곳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황건적을 소탕하고 백성을 보호해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한숨만 쉬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장비가 말했다.
“내게 재산이 좀 있소. 나와 함께 하는 게 큰일을 도모하는 것이 어떻소?”
장비의 말에 현덕은 크게 기뻐했다. 두 사람은 주점으로 향했다. 술을 마시던 두 사람은 입구에서 수레를 밀던 한 남자가 멈춰 서서 쉬는 모습을 보았다.
“여기 술 좀 주시오. 얼른 마시고 의용대에 들어가야 하니까.”
남자가 들어와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큰 키는 구척은 족히 되어 보였고, 길고 풍성한 수염, 반짝이는 입술과 붉은 얼굴, 봉황새처럼 날카로운 눈매에 눈썹은 마치 누에가 자리를 잡고 있는 것 같았다. 현덕이 그를 자신들의 자리로 초대하고는 이름을 물었다.
“성은 관(管), 이름은 우(劉)이고, 자는 원래 장생인데 운장으로 바꾸었소. 하동의 해량현에서 왔소. 동네 사람들을 괴롭히는 불량배 한 놈을 죽이고 그곳을 떠나온 후 5, 6년 여기저기 떠돌아다녔다오. 여기서 의용대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지원하러 왔소.”
현덕이 자신의 생각을 관우에게 전하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였다.
세 사람은 함께 주점을 나와 장비의 농장으로 가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농장 뒤쪽에 복숭아밭이 있소.”
장비가 말했다.
“지금 꽃이 만발했다오. 내일 그곳에서 천지신명께 제사를 지내고 형제로서 힘과 뜻을 합칠 것을 맹세하는 것이 어떻소?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을 논합시다.”
이에 관우와 유비가 한목소리로 동의했다.
다음날 세 사람은 검은 황소와 흰 말, 그리고 다른 제물을 가지고 복숭아밭에 모였다. 향을 피운 후에 그들은 아래와 같이 맹세를 했다.
‘우리 셋은 비록 혈통은 다르지만 이곳에서 의형제를 맺고 힘과 뜻을 합쳐 현재의 위기를 해소할 것이다. 우리는 황제에 대한 의무를 다하고 이 땅의 민중을 보호할 것이다.
우리는 감히 항상 함께하기를 바라지 않으나 같은 날 죽을 것을 맹세한다. 위로는 빛나는 하늘과 아래로는 풍요로운 땅이 우리의 결의를 증거하게 하소서. 누구든 이 맹세를 어기는 자에게는 벌을 받게 하소서.’
그렇게 맹세한 후 유비는 맏형, 관우는 둘째, 장비는 막내가 되었다. 의식이 끝난 후 그들은 황소를 잡아 복숭아밭에서 잔치를 베풀었다. 이에 삼백 명에 달하는 마을의 청년들이 모여 모두 마음껏 술을 마셨다.
다음날 그들은 그럭저럭 무기를 모았지만 말이 턱없이 부족했다. 마침 말 떼를 몰고 장비의 농장 쪽으로 향하던 상인들이 이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
“이것은 분명 하늘이 우리와 함께한다는 뜻이겠지.”
현덕이 말했다. 상인들은 해마다 말을 팔기 위해 북쪽으로 가는데 올해는 황건적들이 도사리는 바람에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현덕은 그들을 농장으로 초대해 술을 대접하고 자신의 계획을 말했다. 상인들은 기꺼이 형제들에게 좋은 말 오십 필과 금은 오백 냥, 무기를 만들 수 있는 일천 근의 철을 주었다.
상인들에게 감사 인사를 한 후, 유비는 지역에서 실력이 좋기로 이름난 대장장이에게 한 쌍의 양날 검을 만들게 했고, 관우에게는 청룡 언월도를, 장비에게는 기다란 강철 창을 주문했다. 거기다 모두를 위한 전신 갑옷도 추가했다.
삼형제는 오백 명의 지역 청년들을 이끌고 지휘관 추정에게 갔다. 추정은 그들을 유주 자사 유언에게 데려갔고, 유언 앞에서 삼형제는 자신들을 소개했다. 현덕이 자신의 왕족 성을 말하자 유언은 기뻐하며 그를 조카로 삼았다.
며칠 후 황건적의 족장 정원지가 오만 대군을 이끌고 탁군으로 진격하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유언은 추정에게 유비와 오백 명의 의용대를 이끌고 적과 맞서게 했다. 현덕이 부대를 이끌고 대흥산 기슭에 이르렀을 때, 반란군과 마주쳤다. 반군은 모두 머리에 노란 천을 두르고 있었다.
현덕이 말을 타고 나섰다. 그의 왼쪽에는 관우, 오른쪽에는 장비가 있었다. 현덕이 채찍을 들고 말했다.
“반역자들아, 당장 항복해라!”
격분한 정원지는 부장 등무를 내보냈다. 이에 맞서 장비가 18자의 뱀머리 창으로 등무의 가슴 한가운데를 찔렀다. 등무는 장비의 일격에 말에서 떨어졌다. 등무가 말에서 떨어져 죽는 것을 본 정원지가 곧바로 장비에게 달려들었다. 이번에는 관우가 언월도를 휘두르며 합세했다. 놀란 정원지가 미처 대비도 하기 전에 관우의 언월도가 그를 두 동강 내었다.
정원지가 죽자 황건적들은 혼비백산하여 도망쳤다. 현덕이 그들을 쫓아 항복을 받아내었다.
큰 승리를 거두고 돌아온 유비 일행을 유언이 직접 나와 맞이했다. 그리고 그들에게 큰 상을 내렸다.
다음 날 유언은 청주의 태수 공경으로부터 온 전갈을 받았다. 청주가 황건적 무리에게 포위되어 함락당하기 직전이니 급히 도움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이 소식을 들은 현덕이 청주로 가겠다고 자원했다. 유언은 추정에게 현덕과 함께 오천 명의 병사를 이끌고 청주에 합류할 것을 명했다.
현덕의 군대가 청주에 도착하자 황건적들은 군대를 나누어 맞서 싸웠다. 수적으로 열세에 몰린 현덕은 병력을 30리 밖으로 후퇴했다.
“우리가 수적으로 열세이니 다른 작전을 강구해야겠다.”
현덕은 관우와 장비에게 각각 일천 명의 군사를 이끌고 언덕 양쪽에 매복하게 했다.
이튿날 현덕과 추정은 군사를 이끌고 진격하다 적의 공격이 거세지자 후퇴했다. 황건적 무리가 현덕의 군대를 추격했다. 언덕을 지날 때 현덕의 군이 일제히 징을 울렸다. 그러자 좌우에서 매복해 있던 관우와 장비의 군대가 달려 나왔고, 현덕의 군대도 다시 방향을 돌려 합세했다. 세 차례에 걸친 공격으로 황건적들은 크게 패했다. 황건적들이 청주 쪽으로 도주하자 이번에는 청주 태수 공경의 부대가 나타나 공격을 가했다. 황건적 무리는 사방에서 몰아치는 공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항복했다.
공경이 병사들에게 음식을 주고 휴식을 취하게 하는 동안 추정은 유주로 돌아가려 했다. 이에 현덕이 추정에게 말했다.
“최근에 중랑장(황제 호위와 궁중 경비를 담당하는 관직) 노식 장군이 황건적의 우두머리인 장각과 싸웠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저는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추정은 군대를 이끌고 돌아갔고, 유비 삼형제는 오백의 군사를 이끌고 광종으로 향했다.
중랑장 노식이 이끄는 군대의 진영에 도착한 유비 일행은 천막 안으로 들어가 노식에게 인사를 올렸다. 노식은 크게 기뻐하며 그들을 받아주었다.
노식의 군대는 장각의 십오만 대군에 맞서 수없이 전투를 벌이다 현재는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이었다.
“여기는 우리가 장각을 붙잡고 있네만,”
노식이 현덕에게 말했다.
“영천에서는 황보숭과 주준이 장각의 동생들인 장량, 장보와 대치중이네. 일천 명의 병사를 더해줄 테니 자네가 가서 상황을 조사하고 반군을 소탕할 기회를 살펴보게.”
현덕은 노식의 명을 받고 그날 밤 바로 영천으로 향했다.
한편, 황보숭과 주준은 영천의 반군들이 장서로 후퇴하여 들판에 급히 야영지를 만든 것을 확인했다.
“그들이 들판에 자리를 잡았다면”
황보숭이 주준에게 말했다.
“불로 공격함이 어떻소.”
그리고 병사들에게 짚으로 횃불을 만들어 불을 붙이지 말고 대기하라고 명했다. 두 번째 보초가 교대한 후, 정부군 병사들은 황건적의 야영지에 다가가 불을 질렀다. 황건적들은 갑자기 솟아오르는 불길에 놀라 갑옷을 제대로 입지도 못하고, 말에는 안장을 제대로 얹지도 못한 채 사방으로 도망쳤다. 정부군은 도망치는 황건적 무리를 쫓아가 죽였다. 학살은 아침까지 계속되었다.
장량과 장보 형제는 불길을 피해 도망치다 어디선가 나타난 병사들에게 가로막혔다. 이들은 머리에 붉은 깃발을 꽂고 있었다. 지휘관은 키가 칠 척에 눈이 가늘고 수염이 길었다. 그의 계급은 기도위(황제를 호위하는 기마대의 지휘관)로, 이름은 조조, 자는 맹덕이었다.
출처 :https://www.clien.net/service/board/use/18515562?od=T31&po=0&category=0&groupCd=#comment-po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