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평택 고덕 반도체 공장 노가다 – 메가 스트럭쳐

(19) 평택 고덕 반도체 공장 노가다 – 메가 스트럭쳐



안녕하세요.

평택에서 숙식 노가다를 했습니다. 의외로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계시고

쪽지들도 보내주셔서 좀 더 자세히 적으면서 연재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지난 글은

(1)평택 고덕 삼성반도체 건선현장 숙식 노가다 체험기


https://www.clien.net/service/board/use/17784024

(2)평택 고덕 반도체 공장 숙식 노가다(2)-고덕의 하루


https://www.clien.net/service/board/use/17816539

(3)평택 고덕 반도체 공장 노가다(3) – 하나도 못 알아 듣다, 언어의 전환


https://www.clien.net/service/board/use/17824903

(4)평택 고덕 반도체 공장 노가다(4) – 어쩌다 이곳에? 당연히 돈 때문에 왔지!


https://www.clien.net/service/board/use/17838875

(5)평택 고덕 반도체 공장 노가다(5) – 이모(E-Mo) 네트워크 이야기


https://www.clien.net/service/board/use/17849953

(6)평택 고덕 반도체 공장 노가다 – 최근 소식, 이모(E-Mo) 네트워크가 특별한 이유


https://www.clien.net/service/board/use/17863337

(7)평택 고덕 반도체 공장 노가다- 두 계단 위에 서 있는 사람


https://www.clien.net/service/board/use/17878405

(8) 평택 고덕 반도체 공장 노가다- 이곳은 AI로부터의 피난처?


https://www.clien.net/service/board/use/17932355

(9) 평택 고덕 반도체 공장 노가다- 슬로우 다운


https://www.clien.net/service/board/use/18064741

(10) 평택 고덕 반도체 공장 노가다 – 공수지옥


https://www.clien.net/service/board/use/18071733

(11) 평택 고덕 반도체 공장 노가다 – 완벽한 잠을 찾아서


https://www.clien.net/service/board/use/18086088

(12) 평택 고덕 반도체 공장 노가다 – 완벽한 잠을 위해 한 일, 깨달음


https://www.clien.net/service/board/use/18110282

(13) 평택 고덕 반도체 공장 노가다 – 정말 이게 다야? 이렇게 간단히 살이 빠진다고?


https://www.clien.net/service/board/use/18199842

(14) 평택 고덕 반도체 공장 노가다 – 저녁 식사를 아침으로 미루면서 체험한 효과들


https://www.clien.net/service/board/use/18253832

(15) 평택 고덕 반도체 공장 노가다 – 삼성은 안전한가?


https://www.clien.net/service/board/use/18264633

(16)평택 고덕 반도체 공장 노가다 – 돈을 모은다는 것


https://www.clien.net/service/board/use/18277955

(17) 평택 고덕 반도체 공장 노가다 – 밴드 공고 보는 법!


https://www.clien.net/service/board/use/18316321

(18) 평택 고덕 반도체 공장 노가다 – 호캉스? 노노 빌캉스!


https://www.clien.net/service/board/use/18462490


메가 스트럭쳐 – 거대함과 거대함을 소화하는 사람



괜찮으시다면 딱 이 음악을 들으면서 글을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음악이 제가 처음 작년 한 여름에 느꼈던 감정과 정확하게 일치하기 때문입니다.

작년 8월 말, 정확히 21일 일요일 저녁 평택 지제역에 내렸습니다. 아마 평택에 출장이나 지나가며 한 번쯤 지나가보신 분들은 보셨을 겁니다. 마치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인류 최후의 거대한 방주를 짓는 것과 같은 거대한 공사현장이 있습니다.

crane.jpg

많은 분들이 ‘대체 저게 뭐지?’라고 생각할 정도로 그 광경은 거대하다 못해 신비롭기까지 합니다. 특히 밤에 평택 지제역에 내려 동삭동 가는 버스를 타면 자연스레 수십 대의 크레인들이 줄지어 있고 크레인 끝에 있는 초록색 불빛들이 어둠 속에서 빛나고 있는 모습은 뭔가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습니다.

교육을 받고 거대한 현장에 입성합니다. 정말로 모든 것이 거대합니다. 출근 때부터 수천 명의 사람들과 부딪히며 게이트로 들어가고 앞으로 일할 현장에 들어오자 머릿속에서 한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메가 스트럭처


거대 구조물, 미로

어릴 적부터 SF 장르를 꽤 좋아했습니다. 만화도 영화도 공상과학물을 많이 보며 자랐습니다.

그중에 BLAME!이라는 만화가 있는데 아주 먼 미래(거의 인류 종의 변화가 있을 만큼)의 디스토피아를 그린 작품입니다. 그곳에 이른바 네트워크가 해킹당하면서 보안 로봇들이 인간을 학살하고 도시를 짓는 ‘건설자들’이 폭주하면서 도시가 무한으로 뻗어나가는 배경입니다.

EgBeD4UUwAAN3v1.jpeg

주인공은 하염없이 계단을 오르며 어디가 끝인지 모를 도시를 탐험합니다. 모든 것이 거대합니다. 메가가 아닌 기가 스트럭처라 하는 게 맞을까요? 고덕에 오자 만화에서 봤던 현실 속 제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지게차도 동네 도로 공사하는 작은 사이즈가 아니라 훨씬 큰 차량이 지나가고 신호수의 호루라기 소리에 맞춰 거대한 덤프트럭들이 줄지어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한여름 샛노란 햇빛과 미처 포장되지 않은 흙으로 만든 임시 도로, 전자 호루라기 소리에 맞춰 올라가는 거대한 배관과 장비들, 먼지가 일어나자 저도 모르게 마스크를 다시 착용합니다. 옆에서는 이름 모를 거대한 크레인이 천천히 제 키만 한 바퀴를 움직이며 이동합니다. 자연스럽게 머릿속에서는 영화 듄의 OST가 울려 퍼집니다.

(정확히는 음악의 이부분입니다)



Fororing-Image 2.JPG가끔 작은 기계 부품들을 보며 제가 한없이 작아지고 이것들이 거대한 우주선의 부품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항상 거대한 구조물은 제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습니다.



가끔 작은 기계 부품들을 보며 제가 한없이 작아지고 이것들이 거대한 우주선의 부품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항상 거대한 구조물은 제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습니다.

데스 스타의 노동자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일하면서 한 가지 확실히 새로 얻은 관점이 하나 있습니다.

‘영화 속 주인공이 아닌 배경 속 사람이 되어 보는 것’

스타워즈를 볼 때 주인공 외에는 모두 배경이라 생각했습니다. 건설 현장에서 가장 작은 부분에서, 수만 명의 노동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일하면서 그 배경이 되어보니 많은 것들이 달라 보입니다.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고 7시에 현장에서 삼성 체조로 아침을 시작하며 10명 남짓한 팀원들과 ‘좋아 좋아 좋아!’를 외치면서 일을 시작합니다. 워낙 현장이 거대해서 그날 아무리 돌아다녀도 저는 삼성 현장의 가장 변두리, 정확히는 P3 그린 3동의 일부분에 발자취를 남길 뿐입니다.

당연히 우리는 주인공에 집중합니다. 데스 스타의 약점을 파고들어 파괴하고 빌런인 다스베이더는 아무렇지도 않게 2호기를 짓습니다. 아무리 자동화되어 있는 세상이라 한들 그 안에는 건설하는 노동자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데스 스타를 지을 때 얼마나 많은 인원들이 투입되었을까? 그때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건설에 참여했을까? 주인공이 자신들이 수십 년간 지어 놓은 데스 스타를 어이없게 파괴했을 때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일당은 얼마였을까? 등등의 상상을 해봅니다.

제 경험에 비추어 생각해 보면, 데스 스타 노동자들의 주된 생각은 ‘다스 베이더님의 야망에 내가 도움이 되는구나’보다는 ‘오늘 점심 메뉴는 뭐지?’ ‘오늘은 연장, 야간 근무가 있을까’ ‘퇴근하고 저녁은 뭐 먹지’ 등등의 아주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들일 것입니다.

일한 지 얼마 안 된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부분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조차 모릅니다. 선임이 시키는 대로 도구를 가져다주거나 무거운 장비를 옮기는 일 등, 작은 일 밖에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게 다스베이더의 우주를 향한 욕심은 애초에 보이지 않습니다. 야망을 보기엔 너무나 현장이 거대하기 때문입니다.

5000년 전 피라미드 건설 현장에서 당시 사람들의 근무 기록이 있습니다. 수많은 노동자들의 기록에는 전날 과음해서 휴가를 쓰거나 전갈에 물려서 하루 쉰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또 임금이 밀리자 단체로 파업을 해서 돈을 받아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거대한 파라오의 야망 앞에서도 인부들은 퇴근 후에 술을 마시고 일당을 계산하고 자기 가족을 생각했습니다.

미래 스타워즈 시대에도 여전히 인부들은 데스 스타의 안부보다는 자신들의 욕구에 충실할 것입니다. 제국 군이 우주의 어디까지 진출하고 자신이 있는 데스 스타가 어디를 파괴하며 우주의 평화를 헤치는 것보다 이번 달 월급이 얼마인지, 월세를 내고 가족들과 돈을 모아 집 하나 살 수 있을지 먼저 생각했을 것입니다.

거대한 기둥 숲, 경외감 드는 현장의 풍경

삼성 현장에 들어오고 한동안 메가 스트럭처에 매료되어 지냈습니다. 수천 명의 사람들에 뒤섞여 출근하는 제 자신이 마치 스타워즈에서 제국 군이 건설하는 데스 스타 노동자처럼 느껴졌습니다. 거대한 장비들 사이를 걷고 구조물 안으로 들어가 작은 일개 노동자가 된다는 것, 인생의 새로운 스토리텔링이 펼쳐졌습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장비가 공장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저건 하이퍼 드라이브 모듈이야’라고 생각하거나 거대한 배관을 설치하는 모습을 보며 ‘저 안으로 액체 연료가 주입되겠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벽에는 거대한 장비를 반입하기 위한 사각형 구멍이 있습니다. 여기에 받침대(Deck)를 설치합니다. 받침대의 크기에 따라 슈퍼 덱, 메가 덱이 라 부릅니다. 이곳에 매일 역할을 알 수는 없지만 복잡하게 생긴 장비들이 들어옵니다. 장비가 들어올 때 지나가는 사람들은 한 번씩 발걸음을 멈춰 광경을 바라봅니다. 수십 개의 실린더가 붙어있고 자동차 엔진 같아 보이는 무언가가 들어오며 그 너머에는 고덕의 풍경이 보입니다. 가끔은 무언가 알 수 없는 경외감마저 생깁니다.

워낙 넓으니 이곳은 또 하나의 거대한 미로 같습니다. 이곳에 온 사람들이 처음에 가장 헤매는 것이 자신의 팀이 위치한 곳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워낙 넓으니 엑셀 시트처럼 기둥에 숫자와 알파벳을 새겨 놓습니다. 제가 한때 일했던 현장은 A1~S20까지, 320여 개의 거대한 기둥이 각 층마다 있었습니다. 이렇게 기둥 숲을 지나다니며 “지금 P16 열로 와”라고 할 때 처음에는 알파벳 순서조차 헷갈리고 각종 장비들에 막혀 한참 뒤늦게 도착하곤 했습니다.

가장 멋진 장면은 루프 측(옥상)에서 바라보는 현장의 모습입니다.  동료 중 한 명이 “형 멋진 거 보여드릴게요”라고 하며 루프 층위 한 쪽으로 데려갔습니다. 정확히는 그린 3동의 루프 측에서 바라보는 아직 다 지어지지 않은 반도체 공장의 전경이었습니다.

아직 철골만 지어지는 곳도 있었고 이제 외장재를 벽에 붙이는 건물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바닥에는 아주 작은 사람들과 그 옆으로 오밀조밀하게 이동하는 중장비들이 어릴 적 장난감 놀이터 같았습니다. 어린아이가 모래 위에서 포클레인으로 모래성을 만들고 덤프트럭으로 옮기고 물을 부어 고정시키는 놀이의 확장판처럼 보였습니다.

“진짜 멋지다”

“예. 가끔 저도 뭔가 뭉클해진다니까요”

두 남자가 공사 현장을 보면서 감동을 받는 장면, 마치 어릴 적 우리가 모래 놀이를 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은 어른이 되어서도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거대한 미로 속에서 나타나는 두 사람

메가 스트럭처 안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거대한 기계들과 기둥과 공간들에 쌓여 있다 보면 나 자신은 한없이 작아지고 내 역할도 크지 않다는 걸 깨닫습니다. 여기서는 철저히 모든 일들이 팀으로 진행됩니다. 심지어 안전 문제로 혼자서 작업하지도 못합니다. 무조건 2인 1조. 너무 넓어 전화조차 안 되는 곳은 무전기로 통신해야 할 정도입니다.

이런 현장에 일하다 보면 사람들은 서서히 두 가지 유형 중 한 사람으로 변합니다.

거대함 속에서 작은 개인으로 존재하기를 원하는 사람.

거대함을 소화하며 조금씩 자신을 거대화하는 사람.

과거 미술 학원에서 부원장을 할 때에는 많은 부분을 스스로 만들고 정해야 했습니다. 원장의 부재일 때는 학부모 상담과 더불어 수업 진행을 하고 선생님들이 퇴근하고 나서도 원장과 학원에 관한 운영이나 특강을 기획해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학원에서의 존재감은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일도 많이 하고 그만큼 스트레스도 많았습니다. 주도적으로 일하는 데 대한 성취감도 컸습니다.

이곳에 온 이후로는 조공이라는, 가장 초보라고 할 수 있는 일부터 다시 배워야 했습니다. 한동안은 그저 선임들이 가져다 달라는 도구나 말이 비계를 옮기고 라벨을 붙이는 등의 단순 업무만 진행했습니다. 그전까지 학부모와 아이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각종 수업과 특강을 기획하던 제 모습은 사라지고 오직 명령에 따라 여기저기 왔다 갔다 하며 하루를 보내는 나들이 이어졌습니다. 잠자리에 누울 때마다 ‘내가 지금 뭐 하는 거지?’ ‘왜 왔더라’라는 자책을 하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이러한 생활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행복은 단순함에서 온다는 말이 사실이었습니다. 그저 하루하루 살아내는 것.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하고 퇴근하는 것만 해도 내 밥벌이는 다 했다는 것. 일 자체가 힘은 들지만 복잡하지 않다 보니 그저 움직이는 것만으로 내 할 일은 했다는 성취감이 이어졌습니다. 단순한 생활이 계속되고 그것에 만족하자 행복감이 찾아왔습니다. 이 거대한 공간이 마치 내 집처럼 편안해지고 하루하루가 아무런 고민도, 생각도 하지 않고 지나간다는 사실 자체가 감사했습니다.

이런 생활이 계속되면서 조공 그 자체의 역할에 만족하는 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저 시키는 일만 하면 되고 그 일을 반복하면서 조금씩 잘하게 되면서 듣는 칭찬만으로 하루를 만족하며 보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소화해야 하는 일들이 많아졌습니다. 후임들은 계속 들어오고 ‘책임을 요구하는’ 일들을 하나씩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사람은 두 가지로 나눠집니다. 한쪽은 계속 단순 반복을 하기 원하는 사람과 나머지는 내 일처럼 소화하면서 더 많은 역할을 하고 싶어 하는, 이른바 리더를 희망하는 사람입니다.

당연히 누구나 리더가 되고 싶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곳에서 그저 단순한 반복작업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끊임없이 수동적으로 시키는 일만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을 많이 봐왔습니다. 조금만 부담되는 작업을 요구하면 바로 퇴사하고 다른 공종으로 가서 다시 조공부터 시작하는, 이른바 ‘만년 조공’도 있습니다. 이것이 잘못되었다고는 누구도 말하지 않습니다. 이곳의 일 자체가 좋아서 온 사람은 드물기 때문입니다. 그저 아무런 사고 없이 매일 출근만 잘해주어도 제 역할을 한다고 말할 수 있는 곳이 현장입니다.

일에서 자기만의 재미나 미래를 발견하고 관리자로, 팀장으로 거듭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꼭 직책이 아니어도 자신의 일을 ‘빠삭하게’ 익혀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의지하는 존재가 되는 사람도 있습니다. 거대함 속에서 아주 작은 개인으로 시작해도 시간이 지나면 어느 순간 누군가는 거대함을 자신의 힘으로 소화하며 점점 거대해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에게는 현장이 점점 작아 보일 것입니다.

어느 순간 미로 같던 현장이 눈 감고도 돌아다닐 만큼 익숙해졌습니다. 팀장이 장비 번호만 말해도 위치와 오늘 해야 할 일이 바로 입에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커다랗게 느껴졌던 현장이 이젠 내 머릿속에 미니어처로 그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이곳이 내 집처럼 느껴지고 편안해지면서 소화가 시작된 것입니다. 이때 포기하지 않고 주어진 일들을 하나하나 착실히 해결해 나가면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집니다. 다양한 도구와 장비를 다룰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한 가지를 배웠습니다.

거대한 무언가가 있을 때 그것을 소화하면서 내 것으로 만드는 능력입니다.

심리적 용어로는 ‘자기 효능감’이라고도 합니다. 아마 피라미드와 데스 스타 인부들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거대한 돌을 어떻게 자르는지 막막해 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내 것이 되면 정교하게 육면체로 자르고 쌓을 수 있습니다. 행성 파괴 레이저도 처음에 불가능해 보이지만 나중에 완성하고야 말았습니다.(물론 열 배출구에 창살을 달아 외부 물질이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는 생각은 아무도 못한 건 아쉬울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자신만의 미로 안에 살고 있다. 그 미로는 때로는 우리를 보호하고, 때로는 우리를 가두지만, 결국은 자신만의 길을 찾아야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 태엽 감는 새-

각 층 320여 개의 기둥, 도합 1920여 개의 기둥 속을 돌아다니며 조금씩 내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나중에는 집에서 내 방 찾아가는 것만큼이나 편안해졌습니다. 결국 여러 문제들도 조금씩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 걸 깨달았습니다.



출처 :https://www.clien.net/service/board/use/18494065?od=T31&po=0&category=0&groupCd=#comment-point

Scroll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