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세계 여행기 -2




회사에 질러놓고 보니, 준비된 게 없었습니다.

실제로 여자친구에게도 계획을 이야기 했더니 ‘응, 잘해봐~’ 의 느낌이었구요.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모르지만(아마 여행중에 무거워서 버리지 않았나 싶네요) 세계일주 책에 앞 부분..

준비편을 정독했습니다.

물론, 준비 편보다 뒤 쪽에 어딜 가야하나 하는 세계 곳곳의 명소(?)들을 보는 날이 더 많았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그 당시에는 그게 행복이나 재미라고 생각 못했고, 괜히 질렀나 하는 감정과 어디서부터 준비해야 할 지 모르는 답답함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그게 지금은 다 기억이 안나네요. 시간의 힘이란..

아무튼 부모님과 친구들에게도 이렇게 되어버렸다를 알리고, 어떻게 시작해야 저렴하고 효율적으로 알짜배기 여행을 할 수 있을까, 루트를 고민하고 있던, 주경야독의 찰나에…여자친구가 같이 가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당시 저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큰 돈을 갖고 있지 않았기에, 정말 노숙을 마다하지 않으리란 각오였기에 패닉에 빠졌습니다.

심지어, 예전 상사는 제 소식을 듣고, 스페인어로 “비루한 여행객인데, 자비를 보여 빵 하나만 주세요” 이런 류의 10가지 말들을 스페인어로 써서 여행 때 요긴하게 쓰일거라고..응원차(?) 주고 가시기도 했습니다.

사실, 1년 정도를 계획하고 있었고 돌아와서도 바로 직장을 구하리란 보장은 없었기에 꽤 오래 사귄 여자친구와는, 실제로 여행을 가게되면 어떤 식으로든 마무리가 될 수도 있단 생각을 하던 터였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미리 이야기 하진 않았기 때문에, 반응이 꽤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좀 더 생각해 보자, 라고 시간을 벌었는데…

여자친구가 부모님(정확히는 어머님)과 이야길 해봤고, 결혼을 하면 같이 보내주겠다 라고 하셨답니다.

회사에 통보한 게 9월, 그리고 연말에 그만두겠다고 했는데..

갑자기 결혼부터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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