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세계 여행기 -1




한 10년 된 이야기를 쓰려고 합니다.

어느 날(어제) 문득 일찍 깨서, 이런 저런 생각에 다시 잠이 안 드는데 아마도 이런 경험을  다시 하진 못 하리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땐 저와 제 마누라 뿐이었지만 지금은 저를 닮진 않았지만(유전자 몰 빵) 아내를 꼭 닮은 애가 커가고 있고,

그때보다 겁이 많아졌습니다.

2010년쯤 회사에서 미국으로 출장을 보내줬습니다.

일정 자체는 꽤 포멀했지만 그래도 중간중간 자유 일정이 많았고, 업계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생각에 해외에 대한 갈증이 좀 심해졌습니다.

그 뒤로 가급적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가까운 해외를 많이 갔고, 2012년에는 터키-스페인-포르투갈로 꽤 긴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점점 무거워지는 연차에 회사에서의 책임감과는 별개로  제 머릿속은 마치 늦바람 난 총각처럼 해외 생각밖엔 없었습니다.

(그땐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랬고, 그런 에너지도 그립습니다.)

오래 사귀던 여자친구와 결혼도 애매해지던 어른들의 시점에서 허덕이던 그 때, 업무는 재미 없어질 수 있을 때까지 한 번 버텨 바라 하는 수준에 극악의 재미없는 난이도를 거쳤고, 심지어 저는 터줏 대감의 조직에서 배신자처럼 다른 조직으로 옮겨 갈 수 밖에 없는 처지였습니다. 그래도 봄은 온다고 회사 문제가 잘 처리되가고, 저한테 (구두상으론)중책이 오고 내년엔 달리면 되는 한 해였습니다.

힘든 한 해였지만 비로소 이제 내 일을 한다는 생각에 저는 기뻤습니다.

그리고 이내 힘이 빠졌습니다.

매해 결혼하자고 조르던 오랜 연인에게, 결혼을 하지 않아도 된다 라고 선언한 게 그 때 쯤 이었습니다. 지금도 충분히 힘들고, 충분히 예측 가능했습니다. 나이가 드니, 결혼이 희망이던 저도 생각이 바뀌더군요.

결혼을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30대 초중반의 미혼 남성에겐 길이 넓어 보이는 환각 효과가 생겼습니다.

세계일주 책을 하나 샀고, 내년도 사업계획과 조직 개편을 논의하는 비공식 석상에서 저는 이야기 했습니다.

“본부장님, 저는 그 일을 맡지 못할 것 같습니다.”

(왜?)

“아, 저는 세계일주를 가기로 했습니다.”

2013년 어느 날이었고, 결과적으로 애매한 세계..아니 몇십 국가 일주를 떠나게 되는 계기가 되는 순간입니다.



출처 :https://www.clien.net/service/board/use/18484170?od=T31&po=0&category=0&groupCd=#comment-po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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