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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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전 주말, 현장 예매로 서울의 봄을 봤습니다. 극장에 입장하면서 놀랐습니다. 어르신들이 많으셨거든요. 본인들의 시대를 다룬 이야기를 직접 확인하고 싶으셨던 걸까요? 영화관 가격이 비싸서 잘 가지는 않지만, 제게는 낯선 광경이었습니다. 모든 자리가 꽉 차서 열기가 실감났습니다(농담이 아니라 에어컨 온도 조절이 필요하던데 말이죠..ㅠㅠ)

들은 풍문이 있다 보니 기대치가 꽤 높았습니다. 그럼에도 정말 몰입해서 봤습니다. 스토리가 정신 없이 진행되지만 중심은 놓치지 않고 꽉 붙들고 있었습니다. 사실 액션신이 많은 영화는 아니거든요. 더군다나 전국민이 이미 스포당하고 시작하는 영화잖아요? 연출 수준이 낮았으면 이게 뭐냐 소리도 나올 법했죠. 하지만 2시간 30분이라는 상영 시간이 무색하게, 관객들이 숨도 못 쉬고 화면을 노려보는 것이 느껴졌습니다(‘시간 가는 줄 몰랐다’는 언제나 최고의 찬사겠지요).

정우성 배우는 흔한 말로 인생 배역을 만났다 생각합니다(

여성분들이 잘생긴 사람이 고초를 당하니 감정 이입이 잘 된다고

..). 개인적으로 그동안 연기에서 무언가 1% 부족하다고 느꼈었어요. 그런데 충직한 군인 역의 초상에 완벽하게 어울렸습니다. 딱 맞는 옷을 입었다 할까요(

옷태가 좋아서인가

). 정우성 배우가 오랜 기간 보여 온 사회활동에 대한 관심과 자세가 그대로 녹아 들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막상 본인은 배역을 거절했었다 하네요. 하지만 정우성의 페르소나인 김성수 감독(비트의 감독)이 너 아니면 이거 엎을 거야! 라고 했다죠.

황정민 배우는 비열하면서, 욕심을 채우기 위해선 국민의 안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 인물을 소화했습니다. 요새 인터넷에서 이른바 ‘황정민 괴롭히기’ 가 유행이더라구요. 보는 사람을 부들부들하게 만들었죠. 사실 출연진 전체가 소위 ‘빠방한’ 배우들이었습니다. 뛰어난 연기로 채색된 그림에 어색한 덧칠을 하는 배우 하나가 없었어요. 영화를 보시면, 분노와 안타까움 사이를 오락가락하게 됩니다.

현실에서 여전히 진행 중인 이야기이기 때문일까요. 영화가 끝나고 배우들의 이름이 올라가는데도 숨막히도록 조용했습니다.  자리를 뜨는 사람도 거의 없고, 대화도 없이 침묵이 맴돌았습니다. 사람들의 가슴 속에 달궈진 쇠공이 생겨난 것 같았습니다. 그 뜨거운 열풍은 제 곁에도 오래 머물렀습니다.

쿠데타 주도 인물들은 호의호식하고 국립묘지(!!)에 묻힌 사람이 많습니다. 후손들도 떵떵거리며 살고 있지요. 그러나 목숨 걸고 쿠데타를 막은 진짜 군인들은 그 반대입니다. 본인 뿐 아니라 가족들도 참혹하게 살다가 세상을 뜨셨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들은 ‘독립 운동은 육군 사관학교의 역할이 아니다’ 라며 독립 운동가들의 동상을 없애려 합니다. 친일 매국노와 쿠데타 주동군의 명맥은 여전히 건재합니다. 쿠데타를 막는 군인의 이야기가 애국 보수가 아닌  빨갱이 영화라는 그들. 전두환이 자기네 소속당이었다고 자랑하는 그들이 나라를 쥐고 흔들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이 불편함을 안고 살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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